최만기 신임 부산항만산업협회장 “선사·터미널 운영사·연관산업계 함께 성장해야 부산항 발전”
“부산항이 지역에 더 기여하는 항만이 되려면 연관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회원사들의 역량과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등수 매기는 데 익숙하다. 특히 눈에 쉽게 띄는 양과 수를 기준으로 할 때가 많다. ‘세계 물동량 6위 부산항’.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전통적 거대 항만과 인접해 경쟁하는 탓에 유럽 선진 항만들은 이미 탈피한 ‘양’에 우리는 여태 매달린다. 글로벌 선사와 해외 자본이 대부분인 터미널 운영사의 거대한 몸집에 가려진 줄잡이, 화물 고박, 통선, 급수·급유, 선용품 공급 등 배가 항만에 들어왔을 때 반드시 필요로 하는 작은 업체들의 일은 정책과 여론의 주목 바깥에 있었다.
영세업체 난립 요율 덤핑 경쟁 치열
회원사 설득, 관행 해소 공감대 형성
“정부가 표준요율제 등 제시해줘야”
지난달 27일 3년 임기의 제28대 사단법인 부산항만산업협회 회장에 선출된 최만기(60) 고려기공 대표이사는 항만용역업, 선용품공급업, 선박연료공급업, 컨테이너수리업 등 항만 연관산업계 대표 협회로서 산업 기반을 더 튼튼히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항만 연관산업 업그레이드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세 업체가 난립해 제살 깎기 요율 덤핑 경쟁을 벌이면서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요즘은 최저시급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등 근로조건이 바뀌면서 그만큼 요율을 더 받아야 하는데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도 해운 업황 저조를 들어 난색을 표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 회장이 들려주는 업계 현실은 화주, 선사, 터미널 운영사 순으로 수직 계열화된 해운업 생태계의 끄트머리에서 고전하는 업계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덤핑하면 다 죽습니다, 일이 줄어 1개를 하더라도 제값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회원사들에게 설득해서 공감대를 얻어가는 중입니다.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가는 것이 희망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묘박지와 부두를 연결하는 통선의 경우 회원사 선박을 돌아가면서 배정해 일감을 나누고, 화물 고박업도 단결이 잘 되는 편이라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신항 한 부두 운영사는 선사와 줄잡이 요금 협상까지 직접 해 최소 수수료만 떼고 줄잡이 업체에 지급한다고 했다. 터미널 운영사 대부분은 선사와 연관산업체 요금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 영세한 업체들이 글로벌 선사에 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부두 운영사가 직접 협상한 덕분에 이 부두 줄잡이 업체들은 다른 부두보다 4배가량 높은 요금을 받는다.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 그리고 우리 연관산업계가 함께 도와주며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요율 고시제’나 ‘표준 요율제’ 같은 최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영세 업계를 지원하는 한 방법일 것 같기도 합니다.”
정부와 관련 업계를 상대로 항만 연관산업의 가치와 효용을 설득하려면 먼저 업계 내부가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의 협력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최 회장은 한국해양대 기관학과 출신이면서도 부산대와 해양대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다녔다.
‘남북통일보다 더 어렵다’는 업계 내부 단결을 이끌어 내는 데 경제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읽는 그의 혜안이 빛을 발하기를, 업계는 기대 섞인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2019.04.07.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82&aid=0000893092